과거 아스날은 '짠돌이 구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아르센 벵거 감독 시절, 유망주를 발굴해 월드클래스로 키워내는 전략을 고수하며 거액의 이적료 지출을 꺼리는 경향이 뚜렷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프리미어리그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아스날의 영입 정책도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아스날은 우승 트로피를 위해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팀이 되었다. 특히 미켈 아르테타 감독 체제 하에서 팀의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그 정점은 바로 2023년 여름, 클럽 레코드를 경신하며 영입한 데클런 라이스였다. 이 영입은 아스날이 과거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이 포스트에서는 아스날의 역사를 새로 쓴 역대 최고 이적료 영입 TOP 10을 살펴보고자 한다. 과연 어떤 선수들이 클럽의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그들은 아스날에서 어떤 족적을 남겼을까? 지금부터 아스날의 영입 잔혹사와 성공 신화를 모두 만나보자.
대한민국 축구 팬들에게 아스날은 박주영의 팀으로도 기억되고 있다. 2011년 여름 이적시장 마지막 날, AS 모나코에서 활약하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이스 박주영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아스날로 이적했다. 당시 프랑스 리그의 LOSC 릴로의 이적이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앞두고 돌연 아스날의 제안을 받고 런던으로 향한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극적인 이적이었다.
그러나 아스날에서의 그의 경력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로빈 반 페르시가 역대급 시즌을 보내면서 주전 공격수 자리를 꿰찰 틈이 없었고, 결국 리그 1경기 출전에 그치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등번호 9번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그의 아스날 커리어는 칼링컵(현 카라바오컵)에서 기록한 데뷔골이 사실상 전부였다. 이 이적은 아르센 벵거 감독의 커리어에서도 가장 의아한 영입 중 하나로 꼽히며 아쉬움을 남겼다.
2017년 여름, 아스날은 올림피크 리옹의 주장이자 간판 공격수였던 알렉상드르 라카제트를 영입하며 오랫동안 이어져 온 최전방 공격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당시 5300만 유로는 아스날의 클럽 레코드였으며, 팬들은 프랑스 리그를 폭격한 그의 득점력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는 영리한 움직임과 연계 플레이, 그리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결정력을 갖춘 공격수였다.
라카제트는 아스날에서 5시즌 동안 활약하며 206경기에서 71골을 기록했다. 폭발적인 득점력을 꾸준히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팀을 위해 헌신하는 플레이와 동료들과의 좋은 호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오바메양과 좋은 파트너십을 보여주었으며, 말년에는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의 어린 선수들을 이끌기도 했다. 그는 계약 만료 후 친정팀 리옹으로 자유롭게 복귀했다.
첼시의 젊은 윙어 노니 마두에케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저돌적인 드리블이 장점인 선수이다.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팀을 거친 유망주로, PSV 아인트호벤에서 두각을 나타낸 후 첼시로 이적하며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그의 파괴력 있는 플레이 스타일은 아스날의 부카요 사카와 좋은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아스날이 마두에케와 같은 유형의 윙어를 높은 이적료로 노리는 것은, 월드클래스 주전 선수인 사카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고 스쿼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의 영입은 아스날이 긴 시즌을 치르며 여러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하기 위한 필수적인 스쿼드 뎁스 강화 전략의 일부이다.
2021년, 아스날은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으로부터 수비수 벤 화이트를 영입하는 데 5850만 유로를 투자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센터백에게 지불하기에는 다소 높은 금액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아르테타 감독은 그의 뛰어난 수비 능력뿐만 아니라, 현대 축구에서 필수적인 빌드업 능력과 전술적 유연성을 높이 평가했다.
벤 화이트는 아스날 합류 이후 이러한 우려를 완벽하게 불식시켰다. 주 포지션인 센터백은 물론, 오른쪽 풀백으로도 완벽하게 활약하며 아스날 수비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뛰어난 축구 지능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수비와 과감한 오버래핑은 아스날의 공격과 수비 양면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는 이제 이적료가 전혀 아깝지 않은 최고의 영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2018년 1월, 아스날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오바메양을 영입하며 공격진을 강화했다. 당시 6375만 유로는 클럽 레코드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으며, 그의 영입은 침체되어 있던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오바메양은 이적하자마자 프리미어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엄청난 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하고 FA컵 우승을 이끄는 등 아스날의 에이스이자 주장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뒷공간 침투와 탁월한 골 결정력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하지만 높은 주급으로 재계약을 체결한 이후 경기력이 하락하고 주장직을 박탈당하는 등 불명예스럽게 팀을 떠나게 되어 팬들에게는 애증의 선수로 남아있다.
스포르팅 CP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인 빅토르 예케레시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다. 스웨덴 국가대표인 그는 강력한 피지컬, 빠른 스피드, 그리고 탁월한 골 결정력을 모두 갖춘 완성형 공격수이다. 포르투갈 리그를 평정한 그의 활약은 수많은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구애로 이어졌다.
아스날은 오랫동안 월드클래스 9번 공격수에 대한 갈증을 느껴왔다. 예케레시의 영입은 그 갈증을 해소해 줄 최적의 카드로 평가받는다. 그의 합류는 가브리엘 제주스의 부상 우려를 덜어주고, 최전방에서 확실한 마무리 능력을 제공함으로써 아스날의 득점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6580만 유로라는 금액은 그의 득점력을 향한 아스날의 기대를 보여준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에이스 에베레치 에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기술적인 공격형 미드필더 중 한 명이다. 그의 화려한 드리블과 날카로운 패스, 그리고 위협적인 중거리 슛 능력은 많은 빅클럽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아스날은 마르틴 외데고르의 창의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공격 옵션을 다양화하기 위해 그의 영입을 고려했다.
에제의 영입은 아스날 공격진에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더해줄 수 있는 카드이다. 좁은 공간을 헤집는 능력과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능력은 밀집 수비를 파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약 7000만 유로에 달하는 그의 이적료는 그가 가진 잠재력과 프리미어리그 내에서의 검증된 실력을 반영하는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마르틴 수비멘디는 레알 소시에다드와 스페인 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로, 그의 이름이 아스날 역대 이적료 4위에 오른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의 상징이다. 그는 뛰어난 축구 지능과 위치 선정, 그리고 안정적인 패스 능력을 바탕으로 '제2의 부스케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 중 하나인 딥라잉 플레이메이커로서 그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솟구쳤다.
아스날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오래전부터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며 영입을 추진해왔다. 그의 영입은 아스날이 중원에서 더욱 정교하고 안정적인 빌드업을 구축하려는 장기적인 계획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수비멘디가 합류한다면 데클런 라이스, 마르틴 외데고르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최강의 중원 조합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2023년 여름, 아스날은 라이벌 첼시로부터 카이 하베르츠를 영입하며 또 한 번 이적 시장을 놀라게 했다. 7500만 유로라는 높은 이적료와 함께, 첼시에서 최전방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뚜렷한 포지션을 잡지 못했던 그를 영입한 것에 대해 많은 팬들이 의문을 표했다. 아르테타 감독이 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시즌 초반, 하베르츠는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듯했다. 하지만 아르테타 감독의 꾸준한 신뢰 속에서 중앙 미드필더와 폴스 나인 역할을 오가며 점차 팀에 녹아들었다. 특히 중요한 경기에서 결정적인 득점을 터뜨리고, 왕성한 활동량과 제공권 장악으로 팀에 기여하며 자신을 향한 비판을 실력으로 잠재웠다. 그는 이제 아스날의 전술적 유연성을 더하는 핵심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데클런 라이스가 영입되기 전까지 아스날의 클럽 레코드는 니콜라 페페의 차지였다. 2019년, 프랑스 리그앙 LOSC 릴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친 페페를 영입하기 위해 아스날은 8000만 유로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당시 그의 폭발적인 드리블과 득점력은 아스날의 공격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페페의 아스날 커리어는 기대만큼 화려하지 않았다. 번뜩이는 순간들을 보여주며 FA컵 우승 등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비싼 이적료에 걸맞은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 특히 아르테타 감독 부임 이후 전술적인 움직임과 수비 가담 능력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며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고, 결국 임대와 이적을 통해 팀을 떠나게 되었다. 페페는 아스날 팬들에게 '성공'보다는 '아쉬움'이라는 단어로 더 많이 기억되는 선수가 되었다.
2023년 여름, 아스날은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인 1억 1,660만 유로를 지불하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로부터 데클런 라이스를 영입했다. 이는 잉글랜드 선수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이기도 하며, 맨체스터 시티와의 치열한 영입 경쟁 끝에 성사시킨 영입이라 그 의미가 더욱 컸다. 아르테타 감독은 중원의 확실한 리더이자 핵심 선수를 원했고, 라이스는 그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완벽한 영입 대상이었다.
라이스는 이적과 동시에 아스날의 심장이 되었다. 엄청난 활동량, 뛰어난 수비 능력, 그리고 안정적인 볼 배급 능력으로 중원을 장악하며 팀의 경기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는 단순히 수비적인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고, 중요한 순간에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라이스의 영입은 아스날이 진정한 우승 경쟁팀으로 거듭나기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음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