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라리가는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라는 두 거함이 지배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 중 하나이다. 이 두 클럽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스타들을 영입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지출해왔다. 이러한 거액의 투자는 때로는 클럽에 영광스러운 트로피를 안겨주는 '신의 한 수'가 되기도 했지만, 때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최악의 실패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 포스트에서는 스페인 라리가 역사상 가장 높은 이적료를 기록한 상위 10명의 선수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들의 이적 배경과 클럽에서의 활약상을 통해, 어떤 영입이 성공으로 평가받고 어떤 영입이 실패로 낙인찍혔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과연 수천억 원의 가치를 증명한 선수는 누구이며, 팬들의 기억 속에서 '먹튀'로 남은 선수는 누구인지 지금부터 함께 확인해보자.
2018/19 시즌, 아약스의 돌풍을 이끌며 유럽 전체의 주목을 받은 미드필더 프렌키 데 용. 수많은 클럽과의 영입 경쟁 끝에 그를 차지한 것은 바르셀로나였다. 바르셀로나는 8600만 유로를 투자하며, 클럽의 DNA와 완벽하게 부합하는 그가 중원을 이끌어줄 것이라 확신했다.
데 용은 바르셀로나가 클럽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는 동안에도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그는 뛰어난 탈압박 능력과 볼 운반 능력을 바탕으로 팀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해왔다. 팀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그의 활약이 빛이 바래는 경우도 있었지만, 여전히 바르셀로나 중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2013년, 전 세계 빅클럽들의 구애를 받던 브라질의 신성 네이마르의 최종 행선지는 FC 바르셀로나였다. 산투스 FC에서 보여준 그의 화려한 기술과 재능은 그를 차세대 축구 황제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바르셀로나는 복잡한 계약 과정을 거쳐 8800만 유로에 그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네이마르는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와 함께 역사상 최강의 공격진으로 꼽히는 'MSN 라인'을 형성했다. 이들은 2014/15 시즌 트레블(리그, 컵, 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을 달성하는 등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했다. 비록 2017년 파리 생제르맹으로 충격적인 이적을 하며 바르셀로나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지만, 선수 영입 자체는 대성공이었다.
200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사건은 축구계의 판도를 바꿨다.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인 9400만 유로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갈락티코 2기'의 화려한 서막을 알렸다. 그의 이적은 메시가 이끄는 바르셀로나에 대항할 유일한 카드로 여겨졌다.
호날두는 자신의 이적료가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질 만큼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438경기에서 450골을 터뜨리며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로 등극했다. 또한 4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포함해 수많은 트로피를 팀에 안기며, 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이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3년, 레알 마드리드는 토트넘 홋스퍼에서 EPL을 평정했던 가레스 베일을 당시 세계 최고 이적료인 1억 유로에 영입했다. 이 영입으로 호날두, 벤제마와 함께하는 일명 'BBC 라인'이 결성되었으며, 유럽 축구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베일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강력한 왼발 킥은 레알 마드리드 공격에 새로운 차원을 더했다.
베일은 중요한 순간마다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의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 골은 레알 마드리드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하지만 잦은 부상과 축구 외적인 문제들로 팬들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그의 말년은 씁쓸하게 마무리되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아이콘이었던 앙투안 그리즈만은 2019년, 오랜 이적설 끝에 라이벌인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바르셀로나는 그의 바이아웃 금액인 1억 2천만 유로를 지불하며 메시-수아레스와 함께할 새로운 공격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월드컵 우승 멤버인 그의 합류는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도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리즈만은 바르셀로나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다. 아틀레티코에서와 달리 측면 공격수로 주로 뛰면서 영향력이 크게 감소했다. 메시 중심의 공격 시스템에 녹아들지 못했고, 결국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인 끝에 2년 만에 친정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복귀하는 길을 택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떠난 후 공격의 구심점을 잃었던 레알 마드리드는 2019년, 첼시의 왕이었던 에덴 아자르를 영입하며 그 공백을 메우려 했다. 아자르 역시 레알 마드리드 이적을 오랜 꿈이라고 밝혀왔기에, 1억 2천만 유로에 달하는 이적은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는 호날두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으며 새로운 갈락티코 시대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아자르의 마드리드 생활은 악몽 그 자체였다. 그는 잦은 부상과 체중 관리 실패로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고, 첼시 시절 보여주었던 파괴적인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결국 4시즌 동안 리그 득점은 단 4골에 그쳤고, 축구 역사상 최악의 '먹튀'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되며 쓸쓸하게 팀을 떠났다.
2023년 여름, 레알 마드리드는 크로스-모드리치로 대표되는 중원의 세대교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이미 월드클래스 미드필더로 성장한 주드 벨링엄을 1억 3천만 유로에 영입한 것이다. 이 영입은 레알 마드리드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받았다.
벨링엄은 이적 첫 시즌부터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 경이로운 활약을 펼쳤다. 그는 본래 포지션인 미드필더를 넘어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아 엄청난 득점력을 과시하며 팀의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특히 엘 클라시코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는 등, 이미 자신의 몸값이 아깝지 않은 선수임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2019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팀의 상징이었던 앙투안 그리즈만을 바르셀로나로 떠나보내고 대체자를 물색했다. 그들의 선택은 SL 벤피카에서 '제2의 호날두'로 불리던 포르투갈의 신성 주앙 펠릭스였다. 아틀레티코는 클럽 역사상 최고액인 1억 3천만 유로를 지불하며 펠릭스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펠릭스는 뛰어난 기술과 축구 지능을 선보였지만,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수비 중심적인 전술과 완벽하게 융화되지는 못했다. 그는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기대했던 만큼의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첼시와 바르셀로나로 임대를 떠나는 등, 아직 자신의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증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뎀벨레 영입 후 반년 만에 바르셀로나는 또 한 번의 거액 지출을 감행했다. 리버풀의 에이스였던 필리페 쿠티뉴를 영입하기 위해 1억 4천만 유로를 투자한 것이다. 당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대체자를 찾던 바르셀로나는 쿠티뉴의 창의적인 플레이와 강력한 중거리 슛이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쿠티뉴는 바르셀로나의 전술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돌았다. 리오넬 메시와의 동선이 겹치면서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바이에른 뮌헨으로 임대를 떠났고, 공교롭게도 챔피언스리그에서 친정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2골을 넣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 영입은 바르셀로나의 재정 위기를 가속화시킨 최악의 실패 사례로 평가받는다.
2017년 여름, 네이마르가 파리 생제르맹으로 충격적인 이적을 감행하자 FC 바르셀로나는 대체자를 찾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당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폭발적인 재능을 선보이던 신성 우스만 뎀벨레가 그 대상으로 낙점되었다. 바르셀로나는 네이마르의 이적료로 얻은 자금을 투입해 무려 1억 5천만 유로라는 거액을 지불하며 그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뎀벨레의 바르셀로나 생활은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잦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경기장을 비우는 날이 더 많았고, 프로답지 못한 생활 태도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간혹 번뜩이는 드리블 돌파로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기도 했으나,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하며 천문학적인 이적료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