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바르셀로나는 'Més que un club'(클럽 그 이상의 클럽)이라는 슬로건 아래 수많은 전설을 배출하며 세계 축구를 호령해 온 명문 구단이다. 그들의 성공 뒤에는 유스 시스템 '라 마시아'의 공헌도 컸지만, 때로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지불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하는 과감한 투자도 있었다. 특히 2017년 네이마르가 파리 생제르맹으로 떠나면서 남긴 막대한 자금은 바르셀로나의 이적 시장 정책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이후 바르셀로나는 네이마르의 공백을 메우고 왕좌를 지키기 위해 1억 유로가 훌쩍 넘는 금액을 연달아 투자했지만, 그 결과는 대부분 씁쓸했다. 수많은 '역대급 먹튀'를 양산하며 클럽의 재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 포스트에서는 25/26 시즌까지 FC 바르셀로나가 기록한 역대 최고 이적료 영입 선수 11명을 살펴보며, 그들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클럽에 남긴 유산을 냉정하게 분석해보고자 한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펩 과르디올라의 지도를 받은 페란 토레스는 사비 감독의 부름을 받고 바르셀로나에 합류했다.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하는 그의 영입은 팀의 공격진을 강화하고 세대교체를 이끌기 위한 투자였다. 그의 지능적인 움직임과 골 결정력은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페란 토레스는 바르셀로나에서 기대만큼의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중요한 찬스를 놓치는 경우가 잦아 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성실한 태도와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으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여전히 그의 잠재력을 믿는 팬들도 많기에, 앞으로의 활약에 따라 그의 영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유스 시스템 '라 마시아' 출신인 다니 올모가 RB 라이프치히에서의 성공적인 활약을 바탕으로 24/25 시즌 친정팀에 복귀한다. 그는 어린 시절 더 많은 기회를 찾아 팀을 떠났지만, 독일 무대에서 리그 정상급 공격형 미드필더로 성장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그의 복귀는 '집으로 돌아온 아들'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올모는 2선 전 지역을 소화할 수 있는 뛰어난 전술 이해도와 기술을 갖추고 있어, 현재 바르셀로나의 공격진에 창의성과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실패한 고액 영입생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라 마시아 출신의 성공 신화를 다시 써 내려갈 수 있을지 그의 활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그의 성공 여부는 바르셀로나의 향후 영입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EPL 정상급 윙어로 활약한 하피냐는 첼시의 강력한 구애를 뿌리치고 자신의 '드림 클럽'인 바르셀로나행을 선택했다. 그의 저돌적인 드리블과 날카로운 왼발 킥은 바르셀로나의 측면 공격에 부족했던 파괴력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사비 감독 역시 그의 영입을 강력하게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피냐는 이적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팀의 라리가 우승에 기여했다. 때로는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우스만 뎀벨레가 떠난 이후에는 오른쪽 측면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매김하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미랄렘 퍄니치의 영입은 유벤투스의 아르투르 멜루와의 사실상 스왑딜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장부상 이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두 클럽의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을 피하기 위한 회계 처리 목적이 짙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벤투스에서 보여준 그의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에 대한 기대도 일부 존재했다.
그러나 퍄니치는 로날드 쿠만 감독의 계획에 전혀 포함되지 못했다. 그는 거의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며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졌고, 팀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 채 한 시즌 만에 임대를 떠나야 했다. 경기력 외적인 문제로 시작부터 논란이 많았던 이 이적은 결국 경기력으로도 최악의 결과를 낳으며 바르셀로나 역사상 손꼽히는 실패한 영입으로 남았다.
인터 밀란에서 세리에 A를 평정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사무엘 에투와의 스왑딜에 거액의 현금이 더해지는 형태로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었다. 그의 압도적인 피지컬과 기술은 바르셀로나의 정교한 패스 축구에 새로운 차원의 공격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즐라탄은 시즌 초반 훌륭한 득점력을 보여주었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의 불화가 깊어졌다. 메시를 중심으로 전술이 재편되면서 그의 입지는 좁아졌고, 결국 자신의 자아를 팀에 녹여내지 못한 채 한 시즌 만에 AC 밀란으로 떠나게 되었다. 뛰어난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감독과의 불화와 전술적 문제로 실패로 끝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입이었다.
리버풀에서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활약하던 루이스 수아레스는 월드컵에서의 '핵이빨'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바르셀로나는 과감히 그의 영입을 결정했다. 그의 동물적인 득점 감각과 이타적인 플레이는 메시, 네이마르와 완벽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수아레스는 모든 우려를 실력으로 잠재웠다. 그는 MSN의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합류하여 엄청난 득점력을 과시하며 팀의 트레블을 이끌었다. 특히 15/16 시즌에는 라리가에서만 40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바르셀로나 역대 득점 3위에 오를 만큼 위대한 족적을 남긴 그는, 네이마르와 함께 가장 성공적인 영입 사례로 꼽힌다.
아약스의 돌풍을 이끌며 전 유럽의 주목을 받은 프렌키 데 용은 바르셀로나의 미래를 책임질 미드필더로 영입되었다. 그의 뛰어난 탈압박 능력과 영리한 경기 운영은 사비와 이니에스타의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바르셀로나는 여러 빅클럽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그의 영입에 성공했다.
데 용은 입단 이후 팀이 전체적으로 부진한 시기에도 꾸준히 제 몫을 해내며 중원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감독이 여러 차례 바뀌는 혼란 속에서도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하며 팬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천문학적인 이적료에 대한 논란이 때때로 제기되기도 하지만, 팀의 현재와 미래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선수임은 분명하다.
산투스 FC의 신성이었던 네이마르 영입은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시대를 연 영입으로 평가받는다. 복잡한 계약 문제와 논란 속에서도 그의 합류는 메시의 뒤를 이을 차세대 아이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그의 화려한 개인기와 폭발적인 득점력은 전 세계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네이마르는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와 함께 축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공격 라인으로 꼽히는 'MSN'을 결성, 14/15 시즌 트레블을 포함해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바르셀로나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성장했으며, 그의 활약은 지불된 이적료를 훨씬 뛰어넘는 가치를 만들어냈다. 비록 파리 생제르맹으로 충격적인 이적을 감행하며 팬들에게 상처를 남겼지만, 선수 영입 자체는 의심의 여지 없는 대성공이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상징이자 월드컵 우승 멤버인 앙투안 그리즈만의 바르셀로나 합류는 큰 화제를 모았다. 그의 영입은 메시, 수아레스와 함께 새로운 공격 삼각편대를 구축하여 유럽 무대를 다시 정복하겠다는 바르셀로나의 야심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수비 가담 능력과 지능적인 움직임은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리즈만은 성실한 플레이와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었지만, 정작 공격적인 파괴력은 아틀레티코 시절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리오넬 메시와 동선이 겹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팀의 중심인 메시에게 맞춰진 전술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결국 2년 만에 친정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초라하게 복귀하며, 1.2억 유로라는 거액의 이적료가 무색한 실패한 투자로 남게 되었다.
리버풀의 에이스이자 EPL 최고의 플레이메이커였던 필리페 쿠티뉴는 '바르사 DNA'를 가졌다는 평가와 함께 캄프 누에 입성했다. 그의 창의적인 플레이와 강력한 중거리 슛은 이니에스타의 장기적인 대체자이자 공격의 활로를 열어줄 핵심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다. 바르셀로나 역시 그의 영입을 위해 구단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거액을 투자하며 강한 믿음을 보였다.
그러나 쿠티뉴는 바르셀로나의 시스템에 전혀 녹아들지 못했다. 리버풀에서처럼 자유롭게 공격을 조율하는 역할 대신 측면 공격수나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되었지만, 어느 포지션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그는 바이에른 뮌헨으로 임대를 떠났고, 아이러니하게도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친정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8-2 대패의 비수를 꽂는 주인공이 되었다. 이후 아스톤 빌라로 헐값에 매각되며 실패한 영입으로 기록되었다.
우스만 뎀벨레는 네이마르 이적의 대체자로 영입되며 바르셀로나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기록한 선수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스피드와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드리블 능력은 그가 왜 '제2의 네이마르'로 불렸는지 증명했다. 팬들은 그의 합류가 MSN 트리오의 해체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공격의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뎀벨레는 잦은 부상으로 경기장보다 병상에 누워있는 시간이 더 많았고, 프로답지 못한 자기 관리 문제까지 겹치며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간혹 번뜩이는 천재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꾸준함이 결여된 그의 플레이는 1.5억 유로라는 몸값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계약 만료 후 자유 계약에 가까운 형태로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며 바르셀로나에 막대한 재정적 손실만을 남긴 실패한 영입의 대명사가 되었다.